# AI회화, 심상치 않다
엔드뷰 "AI회화가 미술계 안팍으로 인정받고 있는 긍정적 신호들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로, 미디어아티스트 ‘레픽아나돌’의 MoMa전시가 화제다. MoMa 컬렉션을 AI를 이용해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분석, 재해석해 NFT에 담은 디지털작품 미술관 로비에 설치, ‘이미지’와 ‘사운드’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대 MoMa전시역사에 기록될 순간으로 남길 기대하며, 지난 3월 5일 전시는 성료했다. 두 번째 신호로 지난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제이슨 M.앨런이 AI 어플 ‘미니저니’를 활용해 디지털아트 부분 1위를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작품이 이슈가 된 것이다. 제출한 3점의 작품을 얻기위해 80시간을 넘게 공들였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지난 2019년 AI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그림이 43만2500달러(4억8400만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된바 있다. 국내에서는 AI아티스트 ‘칼로’의 활약이 돋보이며, 간헐적으로 AI아티스트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현재 AI가 직면한 문제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예술가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근 3년 내 관련직군의 작업의 행태 판도가 달라져 빠르게 대응해나가야 할것, 기계적 이미지 생산ㆍ소비에 대한 두려움, 제도적 안착문제 등이다.
가시적으로 드러난 이 문제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음 섹션에서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은 문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인류사를 발전시켜왔기에 당면한 이 문제들 또한 기회로 삼아 발전시켜나가리라 믿는다.
# ‘기술’의 발달은 늘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해
그렇다면, 왜 사람들, 특히 ‘예술가’들은 획기적인 과학발명품의 등장에 혼란스러워하는가. 첫번째로, 우리가 ‘미술’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와 연관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존속해오면서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미술’장르를 인간의 ‘영혼’이 담긴 숭고한 창작물이자, 고급문화로서 공고히 ‘정당화’해온 역사와 깊이 관여되어 있다. 두번째로, 예술가 본인의 예술품이 발명품에 밀려 일자리는 물론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지위, 권위, 명성이 추락하거나 먼지처럼 사라질 거란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구미술 전성기 17-18세기에 활동했던 궁중 초상화가들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렸지만, 카메라가 생산한 ‘사진’은 궁중 초상화가들의 일자리를 위협했는데,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를 전담하던 궁중화가는 ‘회화’에서 ‘사진’으로 옮겨가 활동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현실세계를 모방하는 수단이었던 ‘회화’는 이렇게 ‘사진’에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해 ‘인상주의’ 화풍을 탄생시켰고, 이후 ‘회화’는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사진’은 예술로 인정받는데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특정계층 전유물이던 사진과 회화는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대중화되면서 디지털사진, 디지털회화를 탄생시켰다. 이제 현실세계만큼 가상세계도 인류에게 비중있어졌다. 구글, 메타, 유튜브의 디지털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줬으며, NFT, 메타버스, 딥페이크의 디지털 재료들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트윈 등의 고차원적 디지털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AI의 혁신적인 기술 고도화로 인한 창작물 생산은 카메라의 발명과 맞먹는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큰 이슈로 자리잡아가면서 과거 카메라가 등장했던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전개되고 있다.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한 50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AI예술’, ‘AI회화’ 등 이미 예술의 한 장르로서 ‘시각적 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일부 인정하면서 흘러가고있기 때문이다.
#’AI회화’에 대한 업계 현직자들의 소고
이전부터 AI가 이미지를 생산해왔던들 지금처럼 뜨거운 감자로 계층을 막론하고 오르내린적이 있었던가 싶다. 1차적으로 테슬라와 우주산업에 뛰어든 일론 머스크가 ‘open AI’ 창업에 뛰어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여기에 투자를 하고, 앞서 언급한 대형 미술관 전시, 미술대회에서 대상 수상, 경매 낙찰 등 미술계에서 AI회화들이 인정받는 이슈들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예술계, 특히 영화, 게임, 디자인 장르의 상업예술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두려운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과연 업계 종사자들은 AI화화를 두려움의 존재로만 인식하고,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볼까. 무엇보다도 이들은 AI회화를 진정 예술로 인정하는걸까.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AI로 그린 회화, 예술로 봐야하나
– 국가기관 정보화담당 경모씨 :“많은 기성 작가들 역시 다양한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관람자에게 위안과 사색을 제공하는 것이 예술의 의의 중 하나라고 한다면, 알파고가 학습을 통해 바둑계에 새로운 기보를 선사했듯, 인공지능 미술이 보는 이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면 하나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IT분야 12년차 개발자 최지성씨 : “개발자가 설계한 프로그램에 들어간 수만가지 데이터들의 입력값에 불과하다. 다른 얘기지만, 지금껏 인간이 주도하던 패러다임이 언젠가 기계가 주도하는 패러다임도 다가올것 같다.”
● AI회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시각디자이너 20년차 정모씨 :“기업입장에서 베테랑인 나를 쓰는거보단 AI를 쓰는게 단가가 더 싸고, 시간도 절약된다. 확실히 효율적이다.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을 위협할지라도, 적절히 AI기계를 다루는 역량만 함양한다면, 관리감독하면서 쉽고, 편하게 일할것 같다. 그 역량은 스토리텔링, 아이디어 등 기획능력이 될 것이다.”– 홍제동 사는 10년차 예술가 이유라씨 :“AI기술을 최대한 이용해서 레퍼런스 짜깁기하는 시간을 단축한다는 쪽으로 적극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붓을 꺾는다는지 부정적 의견에 감정적 동조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어짜피 이쪽 분야에 몸담은 이상 우리도 미래에 존재해야하니까 활용하는 쪽으로 한단계 나아가야 하는게 맞다.
– 나랑디자인 김준식 대표 :일단 AI는 활용가치가 높고, 대단하다. 단순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위협할거라고 본다. 반면, 기획이 겸비된 디자이너에게는 우수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콘텐츠 소비만 늘고, 자기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인간고유의 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소재들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 과연 증대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솔직히 이런 고민들이 조금 더 빠르게 찾아왔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어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AI회화가 가야할 길
이제 막 시작하는 AI회화가 한 장르로 진정 인정받고 정착되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AI 아티스트의 기준점을 잡는것과 학습에 사용되는 수많은 데이터와 입력값에 따라 산출된 이미지 등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들이다.
우선, 텍스트 타이핑을 고도로 훈련한 사람만 아티스트로 볼 것인지, 시각적으로 우수한 양질의 창작물을 생산한 사람으로 할지, 기왕에 오픈소스를 이용한 플랫폼이니, 누구나 잠재적 예술가로 볼것인지 등 명확하진 않더라도 일정한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저작권문제는 입력한 방대한 데이터에 관한 1차적인 저작권 문제가 시급하며, 데이터를 입력한 개발자 소속 회사가 저작권을 지니고 있는지, 텍스트를 입력해서 나온 이미지를 2차 저작물로 바라보고 텍스트를 입력한 사람에게 원제작권자의 권리일지, 2차 저작권자의 권리로 봐야할지에 대한 것이다.
AI에 입력한 데이터 저작권의 시급한 문제는 일전에 클라우드가 등장했던 국내의 선례적 경험으로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에 대한 이미지면책권 허용 및 공공데이터 이용의 단계별 허용을 통해 2차 저작물의 생산을 도모했었다. 기존의 이런 법제들로 해석해가되, 해결이 안되는 부분은 새로 법제정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제도들을 마련해가는 것이 AI회화 장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AI는 결국 인간의 정신적 행위에 의한 프로그램설계와 데이터 학습에 의한 기계라는 점, 기왕의 시대적 흐름이라면, 어떤식으로 활용해서 인간의 노동, 창작을 효율적이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낼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점, 인류역사의 큰 맥락으로 봤을때, 결국 인간이 주도하며, 기술이 발달할수록 철학 등 인문학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혼돈이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