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공공디자인은 도시정체성을 결정한다
도시정체성은 ‘도시공공디자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도시공공디자인’은 그 도시의 역사·문화·사회·경제가 조화를 이뤄 독특한 ‘도시성’ 또는 ‘도시브랜드’로 이어져 그 도시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따라서 그 도시가 경쟁력을 갖춘 매력적인 도시로 인정받기위해선 ‘동시대의 보편적인 도시공공성 가치와 그 도시만의 문화적특수성을 함께 내포하고있는가’, ‘도시가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한편, ‘ESG’는 2004년 ‘UN’과 ‘스위스 외교부’에서 발행한 《Who Cares Wins》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시기부터 엔데믹으로 전환된 현재까지 몇 년 새 ‘ESG정책’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를 맞이한 인류가 1차적으로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경각심에서 시작해 신재생에너지 등의 개발을 촉진한 ‘기후위기’로까지 관심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도시공공디자인’과 ‘ESG’는 인류보편적 가치인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이란 공통성질을 지니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며, 공공성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 두루 관계하여 유익하게 작용하는 성향이나 특성’이다. 전세계 국가는 UN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의제’ 중 ‘포괄적이고 안전하고 탄력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만들기’를 이행해야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또한, ‘공공’의 개념이 ‘미술’‘도시디자인’ 등과 결합되면 결과물이 소재한 ‘장소의 문화적 텍스트’를 반영하게 되므로, 공중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속에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의 역사·문화·사회·경제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도시의 정체성으로까지 이어진다.
# 성산동 골목에 녹아든 디림건축사사무소,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꾸다
3년 전, 필자는 친구가 거주하는 성산동 골목길을 자주 걸으면서 걷기좋고, 살기좋은 동네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에 연남동, 망원동, 서교동과는 다른 톤의 작은 책방과 카페 등 문화기반시설이 주택가 곳곳에 녹아있어 성산동만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던 중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는 현판이 걸린 건물이 눈에 띄었고, 그 뒤쪽에 붉은벽돌의 멋스러운 건축물을 발견했다. 디림건축사사무소였다.
디림건축사사무소는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임영환’과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 겸임교수 ‘김선현’이 2007년 설립, ‘임영환’교수의 건축물디자인 총괄아래, 한국건축문화대상(5회), 한국건축가협회상(2회), 서울시건축상(6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1회), 젊은 건축가상(1회) 등 다수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 안중근의사기념관, CJ 나인브릿지 더포럼, 네이버어린이집, 세마당집, 철쭉과 억새사이 등이 있다.
임영환 교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술·반기술’, ‘투박함·세련됨’, ‘지역성·보편성’과 같은 이중적이면서 상반된 질문들을 통해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해답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를 만나, 건축가로서의 삶과 디림건축사사무소의 이야기, ESG·지속가능성의 가치가 연계된 공공건축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 건축가의 길을 걷게된 계기와 디림건축사사무소 설립 계기가 궁금합니다.
–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눈에 띄는 집이나 건물을 보는 걸 좋아했다. 작가님이 지나가다가 이 건물이 맘에 들어서 여기 온것처럼 “저 건물이 예쁘다” 라는 생각이 들면, 꽤 오랫동안 머리에 남았었고, “평생 저런 설계를 하면 즐겁게 할 것 같다”라는 생각에 건축을 선택했다. 디림건축사사무소는 2006년부터 미국에서 활동하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 오게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저 뒤에 보이는(사진)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시작하게 되면서 사무실을 열었다. 현재 여러 공공·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홍익대학교는 예술특화 학교로, 교수지만 외부 활동을 해도 된다. 건축·디자인 계열만 사업체를 가질 수 있다.
▶ 붉은벽돌의 이 디림건축사사무소, 성산동 주택가 분위기와도 튀지않게 어울리면서도 멋스럽습니다. 성산동에 터를 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변화가 더디고, 조용한 곳이라 선택했다. 여기가 성산동과 서교동의 경계다. 이쪽으로 이전한 지 이제 2년 가까이 되는데 땅을 보러 이 일대를 꽤 오랫동안 파트너랑 돌아다녔었다. 장소를 선택할 당시 변화가 없던 곳이 지금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전 사무실은 홍대 바로 앞에 있었는데, 2010년 이후 클럽이 많아져 시끄러워졌다.
▶ 교수님 뒤편에 상장과 상패가 빼곡히 나열되어 있는대요. 인상적입니다. 교수님께 의미있는 건축물이 궁금하고, 선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한국에 와서 처음 작업했던게 ‘안중근의사기념관’이다. 얼마 전, 안중근 주제의 ‘영웅’이란 영화를 개봉했는데, 안중근 의사는 역사적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인물이다. 직접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설계한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 다음은 지난 2021년 경상남도 합천에 ‘철쭉과 억새사이’라는 작은 규모의 건물을 준공시켰는데, 우리 사무소에는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경상남도 건축상 최우수상, 한국건축가협회상 Best7수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을 받았다.
▶디림건축사사무소의 장점, 다른 건축사사무소와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건축가들마다 ‘민간’과 ‘공공’ 둘 중에 하나로 특화되어 있다. 디림은 ‘공공’과 ‘민간’이 모두 가능하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이제껏 수행한 프로젝트를 보면 절반씩 진행해온 것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더 자랑하자면, 디림표 프로젝트는 버리는게없다. 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처음 의도한 대로 지어지지 않아 포트폴리오에서 빼버리는 프로젝트가 있기 마련이다. 매 프로젝트에 힘든점들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작업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수상도 많이 하고, 좋은 평가도 받게 된거 같다.
# 공공건축에서 지속가능성 실현하기
▶공공과 민간프로젝트는 어떤 점이 다른지요
– 민간은 의뢰가 들어와서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하지만, 공공은 설계공모라는 과정을 거친다. 여러 설계 건축가들이 서로 경쟁을 통해 당선이 되야 일을 할 수 있다. 안중근의사기념관도 공모를 통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일 년에 2-3개 정도의 설계 공모에 참여하고 그 중에 1-2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공공프로젝트는 아무래도 국민들의 세금이 투자되고, 국민들이 사용하는만큼 건축가의 책임감이 막중할 것 같습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공공프로젝트 수준은 어떤지요.
– 이미 공공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럽’이나 ‘미국’은 국가주도형 공공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지 않는다. 선진국에 비해 국민소득수준이 낮은 우리나라는 주변에 도서관, 주민센터, 문화시설 등의 공공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고, 여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공공프로젝트를 어느나라보다도 많이 진행하지만, 소득수준과 맞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건축가들이 공공프로젝트에 더욱 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아 한다고 생각한다.
▶디림표 공공건축물이 도시 이미지 또는 건축계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도시 이미지를 만들고, 도시 경관을 만드는 것은 대규모 건축물이나, 랜드마크가 아니다. 보통 도시에 숨어있는 작은 건축들, 곳곳에 작은 카페들, 근생건물들, 주택들이 분위기를 바꾼다. 특히,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건축물일수록 민간건축물보다 뛰어나야 한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공공건축물보다는 민간건축물이 더 낫다. 민간의 자본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법규적인 제약들과 험난한 진행과정 때문에, 공공건축에서 건축가들이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림의 원칙이 빛을 발한다. 디림표 프로젝트는 버리는 게 없다. ‘철쭉과 억새사이’는 합천 황매산 정상에 들어선 작은 휴게소다. 우리가 제안한 초기 계획안을 보고 주민들과 공무원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우리의 의지를 결국 관철시켰고, 결국에는 모두 행복한 마무리가 되었다. 지금도 황매산 휴게소에 가면 그들의 환대를 받는다.
▶요즘 디지털문화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는 ‘ESG’개념(‘E’개념 중심)과 ‘지속가능성’ 개념입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 이 개념들이 이슈화되는 이유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생존위협을 느꼈기때문인데, 그 이면에는 오래살고 싶고, 자본을 더 축적하고자하는 인류의 욕망이 깔려있다. 지구의 복원력이 인류의 훼손 속도를 앞질렀다면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필요도 없었다. ESG개념은 단순하지 않다. 이 ESG개념은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함을 위한 정책이다. ‘지속가능한 건축’울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구 중이다. 최근에 모 기업체에 ‘지속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자문으로 참여한적이 있다. 처음에는 친환경 가이드라인이라고 했었다. 친환경이란 단어는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에 기인한 서양의 사고방식에서 시작했다. 나를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것이 환경이고, 다시 이 환경과 가까워지려고 친환경이란 단어를 쓴다. 모순적이고 잘못됐다. 그래서 친환경 보다는 지속가능한 가이드라인 맞다고 설명했고 현재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 건축가들은 탄소저감이나 지속가능성 건축물에 어떤방식으로 녹이고, 실천하는지요.
– 그 분야 전공자인 나를 포함한 모든 건축가들의 고민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많은 제도적인 제약이 있다. 일단 법규대로 건축물을 짓고, 그 다음에 에너지 효율을 맞추는데, 근본적으로 이렇게 지은 건축물이 정말 지속가능한 건축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겉만 그럴듯하게 지속가능한 건축이지,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이에 부합하는 건축물이 드물다. 그린워싱 프로젝트(겉으로만 그린인 척 하는 건축물)가 되지않기위해서 초기에 많은 시간투자를 해야 하는데 공공이든 민간이든 건축가에게 그만큼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건축물을 위해 어떤점을 개선하고, 무엇이 필요할까요 교수님.
– 기술의 발전으로 건축은 물리적으로는 꽤 지속가능하다. 하지만,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면서 지속가능한 시간이 단축된다. 결국 철거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건축물을 짓게 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건축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있는 설계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달라질 점들을 미리 예상하고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설계를 한다면,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의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해 태양광판을 지붕에 다는 것보다 훨씬 더 환경적 이득이 크다.
# 지속가능한 공공의 가치,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
과거에는 공공성이 정책결정자 중심이었다면, 이젠 정책수혜자 중심의 공공성으로 변화되어 공급자와 수혜자 간 소통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부산연구원의 윤지영 연구위원은 “공공디자인의 방향이 과거에는 심미성과 기능성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서울시는 도시디자인의 여러 활동을 개진하고 있다. 그 중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를 만들어 ‘사람 사회 자연간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관계형성에 기여한 도시디자인 프로젝트’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심사기준에서 미래도시의 답을 엿볼 수 있었다.
- 1.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도시 창조를 위한 도시삶의 문제해결을 해결할 수 있는가
- 2. 디자인 문제해결의 관점이 창의적이고 전세계적으로 가치확장가능성이 있는가
- 3. 디자인이 인류와 환경에 공존하는 미래지향적인 세계의 문화와 문명인가
공공건축은 이미 공공디자인의 영역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공정책 결정과 실현에 있어서 쌍방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현재 한국사회의 당면한 문제들을 찾아, 시대적 감수성 차원에서 민감하게 감응하는 공공디자인, 공공건축을 지향한다면, 사회적 가치 실현은 물론, 도시와 국민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도시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는 제반생태가 형성될 것이다.
사진
안중근의사 기념관: 박영채 작가
디림건축사사무소: 박영채 작가
황매산 철쭉과 억새사이: 윤준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