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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현실적인 우리가족이야기 ‘옥천여관’

n-view 2024. 6. 26. 15:56

 

‘옥천여관’은 극단 동국씨어터랩 창단 기념작품으로, 충청북도 옥천군 군복면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만평과 혜자 부부,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재남, 재한, 재경 삼남매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극이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극단 동국씨어터랩은 ‘조준희’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교수가 러시아 연출가 ‘레프 도진(Lev Dodin)의 극장 트레이닝 시스템에 착안해 만들었으며, ‘레프 도진’ 시스템은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극장에서 평생 연기 트레이닝을 하는 현장형 배우양성시스템”이다. ‘조준희’ 교수는 “이를 대학원에 접목, 국내에서는 최초로 극장내 식습과 연기법 연구를 병행하는 실전형 배우 양성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 연극은 ‘조준희’ 교수가 직접 연출을 맡고 공연예술학과 M.F.A 석사과정을 졸업한 연기, 연출, 예술경영 전공 졸업생들이 배우와 제작진으로 참여, 대학로에서 배우활동을 오래 한 ‘한록수’와 창작연대얼터 ‘서상완’ 대표가 참여한다.

가족간의 정과 사랑을 그린 휴먼서사가 ‘TV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연극에서 ‘연출’은 어떤식으로 할지, 또, 다른 연극과는 다르게 ‘옥천여관’만의 ‘연출’이 어떤식으로 펼쳐질지, 이 속에서 배우들은 어떤 ‘연기’를 펼쳐갈지에 대한 궁금증에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이해랑극장에서 지난 4월 1일 6시에 이 연극을 관람했다.

 

 

#무대 및 연출
극은 주로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는 중앙무대에서 펼쳐지며, 좌우에 배치된 벤치에서 간간히 상황들이 연출된다. 이미 무대디자인이 완성된 다른 연극과는 달리 특이하게 뒷배경이 영상으로 투사돼 상황에 따라 변화된다. 극 전반 서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무대 ‘옥천여관’의 전경과 내부를 비롯해 삼남매가 현실에서의 고충을 각자 허심탄회하게 터놓으면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미주상회’, 삼남매 각자의 집 내부 풍경, 부모들이 자식들을 꽃 화분을 들고 사랑스러워하는 모습의 이미지, 장녀 재남이가 임신 압박 속 슬픔을 눈물 속 아기를 넣어서 그린 이미지 등 영상으로 다양한 상황 연출을 해 극에 대한 몰입감을 더했다.

 

 

극의 시작은 ‘현재’ 늙은 노모가 막내 딸에게 장녀와 차남에게 계속 전화해보라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현재 상황에 오기까지의 ‘과거’로부터 ‘현재’에 오기까지 어떤 일들을 겪으면서 이어져 왔는지를 연출했다. 시간의 흐름 방점을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추석 전날’로 두어 현재까지를 전개시켰다.

#이야기
‘옥천여관’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이 극의 주요 무대가 되는’옥천여관’은 만평과 혜자 부부가 젊었을 때부터 삼남매를 낳고, 이들이 장성해서 결혼할 때까지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이들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옥천여관’의 스토리라인은 크게 어머니 이혜자의 이야기, 장녀 한재남의 이야기, 차남 한재한의 이야기, 막내딸 한재경의 이야기로 나뉜다.

 

아버지 함만평이 등장하긴 하지만, 극 중간중간 이름만 주로 언급되고, 아주 드물게 등장해 그의 존재는 인지하게 하지만,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어머니 이혜자는 평생 굳은 여관일을 하면서 만성통증을 앓게 되면서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다. 그녀는 극 전반을 끌어가는 주요인물로, 저마다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을 주는 역할을 한다.

 

 

 

 

장녀 재남은 사업가 남편 춘국과 결혼해 행복해 보이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춘국의 잦은 사업실패로 생활고를 겪게 된다. 이들 부부는 춘국의 부모에게 손을 벌리려 했지만, 이미 이들은 결혼할 때 ‘집’ 등 여러 가지를 받아 더 이상 그의 부모에게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이를 빌미로 재남에게 하루에도 몇 십 통씩 전화를 해 아이를 가지라고 압박을 가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재남은 기어코 짐을 싸들고 ‘옥천여관’을 찾았고, 그곳에서 엄마는 소리없이 재남을 껴안아준다.

차남 재한은 아들이라 부모가 금지옥엽 키웠다. 기본적으로 철이 없고, 생각이 짧은 캐릭터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방문한 학교의 교사 ‘나은’을 만나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 후 보험영엽을 그만두고, 옥장판 판매직 다단계사업을 시작한다. 나은과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괴로운 생활이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장 다음날 낼 카드값마저 연체되는 상황에 다다르자, 재남 부모의 은근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게 됐다. 추석 전날 옥천을 방문하게 된 이들은 부모님 땅을 팔아 경제적 지원을 받고자 ‘옥천여관’을 찾아간다.

 

막내딸 재경은 평생 옥천에 살면서 장녀 재남에게 늘 서울로 올라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꿈을 찾아 무언가를 하고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괴로워하면서 늘 심심한 생활을 한다. 이런 재경이를 귀여워하는 동네 홍반장 역할을 톡톡히 하는 동네 카센터지기 ‘재식이’와 정이 들어 결혼하게 된다.

#소회
처음’옥천여관’이란 제목만 들었을 때는 이 곳에서 펼쳐지는 여러 에피소드로 생각했었지만, 가족들의 상징적인 장소가 ‘옥천여관’일뿐, 주내용은 ‘옥천여관’ 운영지기 부부와 자식들간 삶의 이야기였다. 자식들은 힘들 때마다 부모를 찾아, 경제적 지원과 정신적 위로를 기대한다. 이 ‘옥천여관’에 등장하는 자식들도 힘들때마다 ‘옥천여관’을 팔아달라고 말하며 기댄다. 그러나 아버지 만평은 그럴때마다 ‘옥천여관’에 대한 깊은 애착으로 모두 거절하면서 끝까지 지켜낸다. 아이러니하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3남매의 고민거리는 모두 해소가 됐다.

 

 

 

녀 재남은 임신을 했고, 차남 재한은 다단계일을 접고, 다시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으며, 막내딸 재경은 ‘재식’과 결혼하면서 심심하던 삶을 청산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시작하게 됐다. 3남매에게 투영된 우리들의 현실은 너무 힘들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면 언젠가 반드시 희망도 생기고,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삶을 버텨내는 그 정신적 ‘의지’와 기반을 제공하는 ‘밭’과 같은 존재가 ‘부모’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있다. 옆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을 잘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진
동국씨어터랩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