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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인 : 출판 브랜딩 경험하기

n-view 2024. 7. 10. 11:28

# 디자인,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소비자가 하나의 브랜드를 인식할 때는 대부분 제품 혹은 디자인의 시각적 요소를 통해 인식하지만, 45%정도는 커뮤니케이션의 각 접점을 통해서 인식하게 됩니다. 이 접점에는 브랜드의 상징성을 담고있는 ‘로고’뿐만 아니라, 광고, 전시 등의 시각매체, 제품 판매장마다 같은 향을 쓰는 등 오감을 이용하여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딩’이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딩’이란, ‘페르소나 매니지먼트’라고 할 수 있는데, ‘마케팅’이 상품개발, 가격, 판촉을 이야기한다면, ‘브랜딩’의 영역에서는 인격, 철학, 존재이유, 방향성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브랜딩은 기업에서 제품을 제품‘답게’, 디자인을 디자인‘답게’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영역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으며, 소비자 생활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혹은 ‘소비로 자아를 표현하는 시대’가 되면서 더욱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한편, 언제부턴가 내책내기 열풍, 독립출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의 매력은 아마 내용과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며, 유통망인 독립서점도 증가세를 보여 소비자들이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독립출판이 유행하는 이유를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거나, 내가 관심있어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 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독립출판이란 행위와 독립출판물이라는 결과물이 탄생한 것입니다.

 

마침 요즘 내 본연의 목소리를 내는 ‘글쓰기’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고, ‘브랜딩’이란 무엇인가를 공부하면서 이를 직접 경험해볼 수는 없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차, ‘마포문화재단’에서 민관거버넌스 기획 프로그램으로 <워킹:넷 미술로 일하자!-러브&아트캠프>를 발견, ‘쪽프레스’를 운영하는 ‘김미래’대표의 강연을 냉큼 신청했습니다. 강연은 쪽프레스에 대한 이야기 1시간, 출판 브랭딩 실습해보는 시간 1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이번 편에서는 쪽프레스의 로고, 브랜딩이 집중하고, 작업물-특히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다룬도서들-과 관련한 이야기는 후속인터뷰콘텐츠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 그녀의 출판 브랜딩 : 독립출판사 ‘jjokk프레스’ 그리고 ‘goat’

“쪽프레스는 아름다운 문학의 감동을 가벼운 그릇에 담아 내놓는 출판사”

‘쪽프레스’는 김미래 대표가 ‘민음사’에 있을 때 ‘쏜살’등을 기획, 큐레이션을 했지만, 본인만의 색깔을 드러내는데 한계를 느껴 퇴사한 후, 몇 명이 팀을 이뤄 시작한 독립출판사입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해서 2022년 현재까지 8년간 만화가, 디자이너, 잘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를 발굴, 열심히 활동한 덕에 ‘쪽프레스’, ‘고트’ 두 개의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2020년부터는 ‘spin seoul’이라는 스튜디오 겸 숍도 운영한다고 합니다.

우선, ‘쪽프레스’를 펼처보겠습니다. ‘册’는 ‘문자나 그림의 수단으로 표현된 정신적 소산을 체계적으로 엮은 물리적 형태를 뜻합니다. 책을 책답게 하는 형태는 어디까지인가를 실습때까지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김미래‘대표도 아마 새로운 형태의 책을 구상하다가, ’한자‘의 기원까지 갔을 것이며, ’쪽‘이라는 개념은 ’册‘이 될 수 없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통상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직사각형의 여러장의 낱장들이 한테 묶여있는 형태가 아니라, ’쪽‘의 개념에 집중해, 초반엔 쪽이 이어진 ’아코디언‘형태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고트(goat)’는 2018년부터 시작한 단행본 브랜드입니다.

 

  • “종이를 별미로 삼는 염소가 차마 삼키지 못한
    마지막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마음으로,
    알려지지 않는 책, 알려질 가치가 있는 책을 선별하여 펴냅니다”
 

 

고트 ‘로고’는 2017년, 이기준 그래픽디자이너가 쪽프레스에 준 선물에서 시작됩니다. 종이를 좋아하는 동물인 염소를 당장의 쪽프레스가 아닌 요긴하게 쓰고 싶던 차에 하나의 브랜드를 더하기로 편집부는 마음을 먹습니다. ‘그렇게 종이를 좋아하는 염소가 삼키지도 못할 정도의 소중한 종이더미가 있지 않을까?’ 이미 브랜드 로고가 든든하게 있으니, 기존 쪽프레스에서 다루지 못한 묵직한 콘텐츠를 엮어 나가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고트’ 내에서의 작업물들은 주로 그의 만화 취향의 콘텐츠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콘텐츠들이 총천연색의 다채로운 색깔로 입혀진 북디자인과 어울려 감상할 수 있으며, 염소가 너무 귀여워서 책 표지를 살펴볼 때마다 ‘염소’ 로고를 찾게 되는 즐거움도 발견합니다.

‘고트’에서 책 일부는 출판문화협회에서 주관하는 ‘가장 아름다운 책’에도 선정도 되었다고 하는대요. 재즈 레이블 자체와 그 레이블을 컴플리트컬렉션한 애호가의 이야기가 담긴 ‘오가와 다카오’의 2021년에 출판된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과 거짓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전하려는 군대이야기를 다룬 2021년 OSIK작가의 만화 『민간통제구역』이 주인공입니다.

한편, 2022년 4월에 출판한 ‘뤼번 파터르’가 쓴 『디자인의 정치학』은 디자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시작해 나름 유명해지기 시작해, AIGA(American Institute of Graphic Arts) 측에서 “아트스쿨에 입학한 첫날, 모든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는 책!”이라는 평

▶오가와 다카오,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120mm X 205mm, 356 pages, 2021 _ 왼
▶뤼번 파터르, 『디자인정치학』, 205mm X 210mm, 236 pages, 2022 _ 오

‘쪽프레스’와 ‘고트’에서 생산한 보도자료도 인상깊었습니다. 일반적인 보도형식 어투가 아닌, ‘김미래’ 대표 에세이식 말투로 작성되었는대요. 이 또한 브랜딩의 일환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나의 출판 브랜딩 : 미래의 내 출판사 스케치

“나무말미’처럼 잠깐 날이 개어 풋나무를 말릴 겨를에 나무를 말린 햇살이 되는 마음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책, 빛이 되어줄 책을 펴내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 출판사 브랜딩을 해볼 시간이 왔습니다. ‘음악기획자’, ‘잠재적 출판사 대표’, ‘저’, 이렇게 3명이 팀을 이뤄 첫 번째 실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보았습니다.

  •  첫 번째 실습: 새로운 형태의 책 구상하기
  • [ 규칙1. 새로움을 담는 형태적 장치가 있을 것 ]
    접지형식 인쇄물은 쪽프레스&고트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업계에서 활발히 이 형태를 차용하고 있는대요. 박물관·미술관에서 여러 사업시, ’쪽‘형태의 인쇄물, 리플릿과 팸플릿을 발행하고, 심지어 표지만 양장이고, 내지는 아코디언 형식으로 내지를 길게 이은 도록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음악계에서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툽 등 온라인 매체들이 발달하면서 가사만 따온 가사집을 아코디언 형식으로 제작한다고 하네요.이처럼 이미 아코디언 형식은 널리 쓰이고 있으니, 그래서 형태적으로 새로운, 실험적인 것을 찾아보아라는 취지같았습니다. 우리 눈 앞에 ’일회용컵 종이홀더‘가 눈에 들어왔고, 길게 고민하지 않고, “저거야!!”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시도때도없이 카페를 들락날락거리며, ’일회용컵 종이홀더‘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 종이홀더의 외지뿐만 아니라, 내지까지도 촘촘히, 충분히 활용해서 이 곳에 콘텐츠를 넣는다면, ’책‘ 다운 모습으로 변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내지 안쪽에 넘겨볼 수 있는 형태의 종이들을 묶어놓는다던지, 종이로만 홀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열전도율이 낮은 원료를 사용해서 아예 기성품으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습니다.

 

  • [ 규칙2 여전히 책일 수 있는 내용적 기준점이 있을 것 ]
    책이라 함은 어떤 주제에 대한 정보 또는 창작물이 완결된 내용물이 묶인 것인데, 컵홀더가 책으로 변신하기 위해선 ‘현재성’이 반영된 정보를 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시간’에 덜 구애받지 창작물, ‘문학’ 장르를 위주로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낸다던지, 단편적으로 끊어칠 수 있는 ‘시’, ‘만화’, 명사들의 말모음 등을 담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 [ 규칙3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지켜나갈 몇 가지 수칙을 설정해둘 것 ]
    첫 번째로 생각한 난 것은 ‘지속가능한’에 포커스를 맞춰서 ‘친환경적’인 이슈를 반영해서 원료를 선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플라스틱보다는 그나마 종이가 친환경적이라지만, 일각에선 종이를 만들 때,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는 이야기도 들려, 아직까진 원자재값이 비싸 비용문제를 고려해야하지만, 특허출원된 친환경소재의 포장재 사용도 고려해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 규칙4 이 책의 ‘이름’과 이에 대한 설명을 두세 문장 붙여볼 것 ]
    컵홀더를 마주하는 곳이 카페, 사무실, 서재 등의 장소라면, 이를 마주하는 시간은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는 중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따라서 “잠깐북” “짬북”, 순우리말 중에 “나무말미”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무말미’란 ‘장마 기간 중 잠깐 날이 개어 풋나무를 말릴 법한 겨를이란 뜻’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고, 소비자가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거나, 그 텍스트들 사이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브랜딩하는 일이 단번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각자 집에서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  두 번째 실습: 출판사 브랜딩하기
  • [규칙1 아까 구상한 책을 발행할 가상의 레이블 이름을 지을 것]
    이름 짓는 일이 보통이 아니네요. 출판한 책들을 읽고,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키워드를 쉬는 주체인 ‘사람’, 영혼‘, 서정적인 느낌의 ‘햇살’ ‘따스함’, ‘포근함’으로 생각해 보았고, 기대어 쉴곳을 ‘마루’, ‘담벼락’, ‘나무’, 숲‘ 정도로 생각해 보았고, ’햇살이 내리쬐는 곳 옆에서 늘 힘이 되겠다‘는 뉘앙스를 포함할 것입니다.
  • [규칙2 레이블을 소개하는 태그라인을 만들 것]
    폭스바겐 태그라인처럼 재밌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미안, 여긴 이불 속이 아니야”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이 책을 보는 동안 아주 푹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 [규칙3 아까 구상한 책의 설명을 다듬어 레이블 소개에 덧붙일 것]
    ‘나무말미’처럼 잠깐 날이 개어 풋나무를 말릴 겨를에 나무를 말린 햇살이 되는 마음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책, 빛이 되어줄 책을 펴내겠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무말미’라는 출판사가 있는 관계로, 조금 더 이름을 고민해보도록 헤야겠습니다.

#그 다음을 기약하며

직접 ‘출판사 브랜딩’ 경험을 하게 되면서 막연하게 내가 내 손으로 책을 내고만 싶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 비전, 목표를 설계하여 어떤 유형의 콘텐츠를 담고싶어하는지, 이 브랜드를 어떤 보이스톤으로 끌고갈 지에 대한 부분이 정립이 안됐었는데,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그 지점을 상기하게 되면서, 이를 점차 발전시킬 단초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로고’도 잊지않고 만들어봐야겠습니다.

‘김미래’ 쪽프레스 대표님의 오늘 이야기를 통해 ‘만화’덕후답게 만화애호가들도 잘 몰랐던 ‘만화’와 ‘만화가’를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하는 적극성과 사장될뻔한 기괴한 이야기를 수면 위로 올리는 안목은 그녀가 본디 가지고 있던 ‘인디성향’에 바탕을 둔 작업 결과물이며, 이는 독립출판사 ‘고트’라는 로고를 통해 확실하게 ‘쪽프레스’ 브랜드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김미래’ 대표님의 작업방식이나, 사용하는 언어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그녀’와 ‘작업물’에 더 많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지금 당장은 대표님이 마감칠 것이 두 건이 었어서 바쁘니, 이 건이 마무리된 후, 조우하기로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대표님이 ‘인디성향’을 갖게 된 성장과정, 만화취향, 쪽프레스 운영 에피소드, 콘텐츠 기획 및 자료조사시 꿀팁. 그리고 출판 브랜딩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들었으니, 만나는 날은 출판했던 책들의 북디자인, 편집디자인 등 시각적 요소에 집중해서 자세한 이야기에 더해 다른 문화적 활동으로까지 연계되는 경험은 없었는지에 대한 심도있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출처 : 쪽프레스&고트